곡성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

∗주의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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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대한 해석을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 것 같다. 이런 류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부터 언어 영역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데 길들여져 온 한국인들에게는 좋은 흥밋거리를 제공해 줄 수있다. 등장 인물들에게 의미 부여를 하고, 장면 하나하나의 의미에 대해 분석을 한다. 더 나아가 그 안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끄집어 내어 또다시 의미 부여를 하고 연결 고리를 만든다. 마치 문학 작품 속 단어 하나하나에 그 의미들을 부여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분석 끝에 도달하는 결론은 거대한 물음표일 뿐이다.

장면 장면들이 마치 어떠한 규칙에 의해 이어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러 요소들을 통해 복선을 연출해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유의미함과 동시에 무의미하다.

작품 내 많은 요소들이 마치 퍼즐 조각들처럼 산재해 있어 끼워마출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 모든 것들을 연결시키려 애쓴다. 그리고 심지어 작품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그 모든 조각들이 끼워 맞춰져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되리라는 희망마저 품게 된다. 하지만 작품은 그러한 관객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심하게 막을 내려 버린다. 관객들의 머릿 속에는 거대한 물음표만을 남긴 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

이 영화 포스터에 아주 친절하게 적어 놓았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라고. 하지만 수많은 관객들이 그 말을 철저히 무시한다.

사실 이 작품은 단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 작품이 아니다. 당연히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해될 이유가 전혀 없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작품 내 모든 요소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해석하려 든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 안에도 스토리는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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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곽도원(종구 역)은 경찰 제복을 입지 않은 채 등장한다. 그와 동시에 그의 캐릭터 역시 영화 초반과는 180도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후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가 제복을 입은 모습은 단 한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곽도원 뿐만이 아니다. 여러 인물들의 성격이 영화 진행 과정 속에서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이 작품이 단지 하나의 흐름으로만 해석될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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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름이 참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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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반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뜬금없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황정민(일광 역)이다. 그는 산 속 굽어진 길을 따라 어디론가 향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가 곡성을 향해 간다는 증거는 없다. 그는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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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황정민(일광 역)이 곡성을 떠났다가 되돌아가는 장면에서 ‘곡성’ 이라는 표지판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그가 ‘곡성’으로 되돌아감을 알 수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등장했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이라는 것이다. 이는 영화 전체에 걸쳐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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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곽도원(종구 역)은 동네 남자들을 모아 일본인을 때려잡으러 가기에 이른다. 사실상 그를 더이상 경찰이라 볼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이 후 등장하게 되는 좀비는 ‘곡성이라는 공간이 과연 실재하는 공간인가?’ 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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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어찌보면 굉장히 허무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곽도원(종구 역)은 자신은 경찰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하지만 그가 영화 초기에 보여주었던 ‘진짜 경찰’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이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관객들을 ‘현혹’ 하려 든다. 그리고 영화 장면 장면들안에서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듯한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끊임없이 관객들을 ‘현혹’ 시켜려 한다. 또한 동일한 인물을 활용하여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모든 이야기의 전개가 이어진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굳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해석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굉장히 불친절한 작품이다. 많은 것들을 생략해놓은 채로 관객들에게 그 생략된 부분들에 대해 채워넣을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채워넣기 위해 관객들 역시 영화에 호흡을 맞춰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 개개인의 시선이다. 작품이 불친절해질수록 더욱 더 다양한 해석과 시선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마치 정답지가 존재하는 것 마냥 적어놓은 수많은 해석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아, 재미없어’ 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학창시절 언어영역을 결코 재미있게 배울 수 없었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왜 굳이 그러한 따분한 해석들을 곁들여 재미없고 지루하게 만들려 하는지에 대해 나로서는 감히 이해하기 힘들다. 아무튼 이 작품 안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각각 의미를 부여하고, 그 모든 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 붙여 나가는 그들의 능력에 경의와 찬사를 표한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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