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맞고그때도맞다

작년 개봉했던 한국 영화들 중에 으뜸이라면 나는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홍상수 감독 같은 경우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감독이고 동시에 다작을 하는 감독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 영화 편수는 많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작년 그의 작품은 임팩트가 너무 컸고 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 여배우와의 스캔들로 인해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한국 사회에서의 성에 관한 패러다임

많은 프랑스 영화들을 봐오면서 남성과 여성에 관한 한국 사회가 가진 기존 패러다임의 틀을 많이 깨부실 수 있었다. 동성애나 혹은 여러 사랑을 동시에 해나가는 행위들이 묘사되는 장면들이 처음에는 충격이었고 후에는 그러한 충격을 받는 내 자신에게 충격을 받았다. 성에 대한 기존의 가치관들이 어떻게 그렇게 견고하게 구축되어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놀랐던 부분들이 분명있었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 불륜, 양다리, 삼각관계와 같이 그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생략해 버린채 매우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적인 요소들이 포함돼 있으며 그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나 자신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해서는 안될 짓’이라 정의 내려 버린 행위들에 대해 한 번쯤은 그것들이 왜 행해져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러한 생각 자체를 금기시해왔으며 그러한 시도는 시작과 동시에 아주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것들을 프랑스 영화를 통해 접할 때 충격적임과 동시에 자연스럽다. 그 충격의 크기로 우리가 가진 성에 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견고한가를 알 수 있고, 자연스러움의 정도를 통해 그 감정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이 그토록 자유롭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은 그것을 우리들처럼 동성애라든가 불륜과 같은 키워드들로 정의내리거나 분류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의 일종이며 거기서 파생돼 나오는 여러 종류의 사랑들 중 한 단편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옳고 그름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는 사실에 대해 그들은 명확히 보여준다.

비도덕적 사회와 도덕적 개인

언론 매체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가진 도덕적 잣대가 굉장히 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감시 당하고 있고 조금의 도덕적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가 진정 도덕적인 사회일까? 이 사회의 구성원들 중 과연 몇이나 우리 사회가 진정 ‘도덕적’ 이라고 얘기 할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 우리 사회는 결코 도덕적이지 않다. 사회를 구성하는 시스템에서부터 잘못된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당연시 되어 왔던 것들이 하나, 둘 터져나올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거기에 대해 언제나 한결같다. ‘어떻게 지금까지 모르고 있을 수 있었지?’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냐 라는 식이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많은 이들이 연예인에게는 굉장히 엄격하면서도 이 사회를 유지하고 구성하는 시스템, 그리고 룰에 관해서는 굉장히 관대하다. 잣대의 기준 자체가 다른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순히 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문제라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이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 부패하고 잘못된 시스템과 룰에 동조한 책임말이다. 무엇보다도 연예인들에게 만큼은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이 속한 체제 자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

이러한 서로 다른 잣대가 많은 갈등을 유발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양식들이 더 많이 생겨 날수록 공정한 기준점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다른 기준에 형평성, 공정성 시비는 늘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사회 소수자들은 그들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었고 사회적으로 점점 더 고립되어져 왔다. 남녀간, 세대간의 갈등 역시 점점 더 커져왔다. 이 모든 것이 사실 사회 구성원들 개개인의 그릇된 판단 기준에서 비롯된다. 정작 엄격해야 할 것들에 대해 엄격하지 못하고 엄격하지 않아도 될 것들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이 비합리적 가치 판단의 기준이 바로잡히지 않는 한 앞서 지적한 갈등들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점차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틀에 자신을 끼워맞출 것이 아니라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태도는 우리 자신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안정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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